가 본 식당들/일식
대전 봉명동 스시유이
파비안엄마
2018. 6. 17. 18:17
스시유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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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절 바뀔 때마다 한 번 씩 보는 M이 스시를 사줬다.
M은 꽤 오랫동안 보유하던 주식이 크게 올라 주머니가 두툼하다는 좋은 소식을 들려줬고
나는 주기로 했던 위스키 미니어쳐와 책 한 권을 조수석에 놓고 깜빡해 전달하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.
그 놈의 위스키와 책은 또 다음 계절로.
하필 가장 바쁜 시즌에 잠깐 짬을 내서 본거라, 내가 M에게 한 이야기라고는
일이 너무 많다, 빡친다, 따위의 투정. 그리고 집을 나오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.
M은 본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줬고 그게 꽤 큰 위로로 다가왔던 것 같다.
그리고 목원대 앞에서 커피 한 잔.
M이 봄과 여름에 맛있는 식사를 샀으니, 남은 가을과 겨울에는 내가 맛있는 식사를 사겠다고
그 때는 주식 가격이 많이 올라도 얄짤없다는 선언을 하고 헤어졌다.
다시 보는 날에는 운전이 좀 더 익숙해져 있을까, 일이 한가해져서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을까,
꼭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남은 두 계절을 보내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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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시유이에 대한 평가.
런치메뉴 치고는 저렴하지 않다. 물론 내 기준에서.
스시는 엄청 맛있다고 생각하면서 먹지는 않았다. 우선 스시 위에 올라간 생선들의 정체를 알 수 없어서, 그냥 젓가락 가는대로 집어 먹었다. 전채로 나오는 죽이 좋았고(나는 호박죽 매니아), 튀긴 두부는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니 서둘러 먹어야 한다. 음식이 빨리 빨리 나와 조금 당황스러웠고, 마지막에 주는 냉차도 좋았다. 다만 다시 갈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... 없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.